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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생선회 한 점에 춘곤증 싸악~

마산 어시장의 명물 '홍콩빠'는 어디에?

작성일 : 2009-03-24 12:05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앞쯤만 하더라도 마산 어시장 부둣가에 가면 일명 '홍콩빠'라 불리는 서너 평 남짓한 횟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파도가 철썩대는 부두를 주춧돌로 삼아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던 그 자그마한 횟집들은 마치 홍콩의 물 위에 떠 있는 가게를 닮았다 해서 사람들에게 '홍콩빠'라 불렸다.

멍게나 해삼, 피조개, 여러 생선회 등을 썰어 팔던 홍콩빠는 1960년 무렵부터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다가 1970년대로 들어서면서 아예 생선회 집단촌을 이루며, 마산 어시장의 명물이 되었다. 게다가 홍콩빠에 앉아 있으면 파도가 세게 몰아칠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창 너머 푸른 마산 앞바다까지 바라볼 수 있으니, 마치 배를 타고 생선회를 먹는 것만 같았다.

그때 홍콩빠에서는 가까이는 마산과 진해에서부터 멀리는 거제와 통영, 삼천포, 남해 등지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받아 그 자리에서 횟감으로 썰어 팔았다. 해산물 가격 또한 꽤 쌌다. 그래서 그런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이나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이 손님을 대접할 때 이곳을 자주 찾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살가운 풍경과 60여 남짓했던 횟집들은 깡그리 사라지고 없다. 198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마산시에서 마산 앞바다 매립공사를 시작하면서 그 유명했던 홍콩빠도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영원히 가라앉고 말았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곳을 즐겨 찾았던 마산, 창원 사람들과 전국 각지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지금까지도 마산 어시장 하면 홍콩빠란 이름이 저절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제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마산 앞바다에 나가모 미더덕과 꼬시락, 도다리 등은 동이로 그냥 퍼담아 낼 정도로 넘쳐났지예. 하지만 한일합섬과 수출자유지역이 들어서면서 마산 앞바다가 죽은 바다로 변하기 시작했지예. 게다가 마산 앞마다 곳곳이 매립까지 되면서 홍콩빠도 사라지고, 이곳 어시장 상권도 많이 죽어버렸어예."

지난 18일(토) 오후 3시. 어시장 들머리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할머니들이 늘어놓은 봄나물을 바라보며 봄도 느껴보고, 오랜만에 비릿한 생선내음도 좀 맡아보기 위해 경남 마산의 어시장에 들렀다가 정말 우연히 만난 '99횟집'. 이 횟집은 통영과 남해안 등지에서 갓 잡아올린 농어를 비롯해 도다리, 광어, 우럭, 장어 등을 파는 생선회전문점이다.

이 횟집 주인 안명자(44)씨는 "싱싱한 생선회는 살이 쫄깃하고 담백하며,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스태미나 증진에 아주 좋다"고 말한다. 이어 "봄철, 입맛이 없고 온몸에 기운이 빠져 나른할 때 싱싱한 생선회를 먹으면 기운이 펄펄 살아나는 것은 물론 기분까지 아주 좋아진다"라고 귀띔한다.

연분홍빛 맴도는 농어회 아래에는 얼음이 소복소복

- 오늘은 어떤 고기가 특히 맛이 좋습니까?
"저희는 고깃배에서 막 내리는 생선을 바로바로 가져오기 때문에 생선이 다 싱싱하고 맛이 있어예. 농어를 한번 올려볼까예?"

- 농어는 비싸지 않습니까?
"오늘은 다른 날보다 농어가 제법 많이 나와서 싸게 해 드릴께예. 1kg에 만 팔천 원만 주이소. 매운탕까지 맛있게 해 드리지예."

주인 안씨에게 농어와 소주를 시켜놓고, 스무 평 남짓한 깔끔한 실내를 천천히 훑어보다가 문득 차림표에 눈길이 머문다. 하지만 차림표에는 생선회 이름만 줄줄이 쓰여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가격은 없다. 그저 '싯가'라고만 쓰여 있다. 이는 그날그날 사정에 따라 생선회 가격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잠시 뒤 안씨가 하얀 종이가 깔린 식탁 위에 소주 한 병과 함께 밑반찬을 주섬주섬 올린다.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싱싱한 상추와 깻잎, 돌나물 무침이 입맛을 한껏 돋운다. 이어 김장김치와 삶은 고구마, 콩잎, 마늘과 풋고추, 오이, 당근이 담긴 접시, 초고추장, 참기름이 든 된장, 고추냉이, 간장 등을 죽 늘어놓는다.

이윽고, 연분홍빛이 은근히 맴도는 것 같은 잘 썬 농어회를 식탁 한가운데 올린다. 근데, 농어회가 놓여 있는 하얀 쟁반 아래 또 하나의 하얀 국그릇 같은 게 받쳐져 있다. 이게 뭘까? 보기에도 맛깔스럽게 보이는 농어회가 올려진 접시를 비스듬히 내리자 그 아래 국그릇 속에는 사각 얼음이 소복소복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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